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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표준화 전쟁의 서막: 3GPP와 ITU의 AI 전략
AI가 이동통신의 핵심 요소로 부상하면서, 국제 표준기구 간의 경쟁 또한 가열되고 있다. 그 중심에는 3GPP(3rd Generation Partnership Project)와 ITU(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 Union)가 있다. 3GPP는 Release 17부터 본격적으로 AI/ML 기능을 RAN(Radio Access Network)과 Core Network에 적용하기 위한 기술 사양을 정의하기 시작했고, 이어지는 Release 18과 19에서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 개념까지 반영하고 있다. ITU 또한 6G 표준화 프레임워크에서 AI 기능을 핵심 요구사항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IMT-2030 비전을 통해 ‘AI에 의한 네트워크 최적화’와 ‘AI를 위한 네트워크 구조’의 이중 구도를 제시하고 있다. 이러한 국제기구의 표준화 추진은 단순한 기술 정립을 넘어, 각국 정부와 기업이 주도권을 놓고 경쟁하게 되는 무대이기도 하다. 특히 AI 모델의 학습 방식, 데이터 처리 방법, API 구조 등에서 표준을 선점하는 쪽이 글로벌 이동통신 시장에서 장기적인 우위를 확보하게 된다.
2. 주요 국가별 AI 표준화 전략: 미국, 중국, 유럽의 삼파전
국가 간의 AI 이동통신 표준화 경쟁은 기술 패권의 성격을 띠고 있다. 미국은 Open RAN(개방형 무선접속망)을 중심으로 AI 기반 네트워크 지능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Vendor 종속성을 줄이고 네트워크 운영 효율성을 높이려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미국의 주요 기업들—특히 AT&T, Verizon, 그리고 NVIDIA, Intel 등—은 AI 기반 트래픽 예측, 셀 자율 최적화(S-SON), 에너지 절감 알고리즘을 표준화 프레임워크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자체 AI 칩셋과 자체 표준을 바탕으로 독자적인 기술 영역을 구축하려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Huawei, ZTE 등은 3GPP에 다수의 AI 관련 기술 제안서를 제출하고 있으며, AI 네이티브 아키텍처를 포함한 RAN Intelligent Controller(RIC) 구조에 집중하고 있다. 유럽은 ETSI와 NGMN 연합을 중심으로 AI의 윤리적 사용, 모델 투명성, 설명가능성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기술보다는 거버넌스와 보안성 확보 측면에서의 표준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렇듯 국가별 AI 통신 표준화 전략은 기술, 정책, 안보를 넘나드는 복합적인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3. AI 네이티브 네트워크의 등장과 아키텍처 표준화
기존 통신망에서 AI는 주로 보조적인 최적화 기능으로 사용되었으나, 향후 6G 시대에는 AI가 네트워크 구조 자체를 정의하는 “AI 네이티브 네트워크(AI-Native Network)”로 진화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새로운 패러다임은 네트워크의 각 계층—RAN, Transport, Core—에 AI가 본질적으로 내재화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정책 결정 엔진(PDE), 실시간 네트워크 학습기(RTL), 분산 인텔리전스 모듈 등이 통신망 내부에 통합되며, 이들 간의 인터페이스 및 데이터 포맷, API 구조 등에 대한 표준화가 요구된다. AI 네이티브 네트워크가 표준화되면, 통신망은 스스로 학습하고 최적화하며 자가 회복이 가능한 구조로 진화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각 기능의 모듈화를 통한 상호운용성 보장인데, 이를 위한 표준화는 기술적, 산업적 도전과제를 수반한다. 예를 들어, AI 모델의 교체 가능성, 호환성, 학습 데이터 표준 등의 요소는 향후 표준화 경쟁에서 중요한 의제가 될 것이다.
4. 데이터 거버넌스와 프라이버시 표준: AI의 신뢰성 확보
AI가 통신망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신뢰성과 투명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데이터 거버넌스에 대한 표준화다. 특히 사용자 트래픽, 기지국 로그, 위치 정보, QoS 메트릭 등의 민감한 데이터를 AI 모델이 학습할 때, 이를 어떻게 수집하고, 저장하며, 처리할 것인가에 대한 규칙이 명확해야 한다. ETSI에서는 이에 대응하기 위해 ‘Explainable AI’, ‘Secure Federated Learning’, ‘Model Robustness Validation’ 등의 표준 초안을 준비 중이며, IEEE 또한 P7000 시리즈를 통해 AI 윤리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면서도 네트워크 성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differential privacy, homomorphic encryption, secure enclave와 같은 기술을 통신망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가 관건이며, 이 역시 표준화의 대상이다. AI의 통신망 적용이 확산되면서, 단순히 성능을 넘어서 ‘신뢰할 수 있는 AI(Trustworthy AI)’의 구현이 표준화 경쟁의 새로운 전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5. 기업 간 컨소시엄 주도 표준화: TIP, O-RAN, Linux Foundation AI
공식 표준기구 외에도, 다양한 기업 연합체(Consortium)들이 자체적인 표준을 제안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Telecom Infra Project(TIP), O-RAN Alliance, Linux Foundation AI이다. 이들 조직은 비교적 빠르게 표준을 제정하고, 실증 테스트를 거쳐 산업에 확산시킬 수 있는 민첩성을 갖추고 있다. 예컨대, O-RAN Alliance는 AI 기반 RAN Intelligent Controller(RIC)의 기능과 인터페이스를 정의하고 있으며, xApp과 rApp이라는 AI 애플리케이션 모듈 생태계를 확장하고 있다. TIP는 AI를 활용한 트래픽 최적화와 전력 효율화 모듈을 포함한 네트워크 인프라 구성요소의 개방형 표준을 발표했다. 또한, Linux Foundation AI는 PyTorch, ONNX, MLFlow 등과 연계된 오픈소스 기반의 통신 AI 모델 프레임워크를 제안하고 있다. 이처럼 기업 중심의 비공식 표준이 실제 산업 적용에 큰 영향을 주고 있으며, 향후에는 이러한 민간 표준이 공식 국제 표준과 통합 또는 경쟁하는 구조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맺음말: AI 기반 통신표준은 기술력과 생태계의 총합
AI의 이동통신망 적용은 단순한 기능 향상이 아닌, 네트워크 구조와 운영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혁신이다. 이에 따라 표준화 경쟁은 기술 주도권, 산업 영향력, 데이터 규범이라는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으며, 각국 정부와 기업, 학계의 치열한 경쟁이 계속되고 있다. AI 모델 경량화, 데이터 프라이버시 보장, 네트워크 자율화, 그리고 엣지-클라우드 최적화 등 다양한 분야가 표준화의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국제기구, 정부, 기업 연합의 협력과 견제가 복잡하게 얽혀 있다. 결국 AI 기반 이동통신 표준화는 기술력 그 자체뿐 아니라,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글로벌 생태계와 리더십의 싸움이다. 향후 6G와 미래 지능형 네트워크의 성공은 누가 이 표준 경쟁에서 앞서나가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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