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1. 주파수 거버넌스의 재정립: 변화하는 통신 환경에 따른 체계 개편 필요성
정보통신 기술의 급속한 발전과 함께 주파수는 기존의 음성·데이터 통신을 넘어 자율주행, IoT, 스마트시티, 국방 및 항공우주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영역에서 핵심 자산으로 자리 잡았다. 이처럼 활용 영역이 확장되면서 주파수의 할당, 관리, 감독을 위한 거버넌스(Governance) 체계 또한 기존의 틀을 넘어 진화가 요구된다.
기존에는 정부 부처가 직접 주파수 할당을 담당하고, 때로는 이해당사자들의 요청에 따라 예외를 인정하거나 할당 구조를 수정하는 식의 탄력적 운용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 같은 체계는 정책 일관성 저하, 공공성 희석, 산업 간 형평성 문제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특히 상업적 이해가 크게 작용하는 5G/6G 주파수 할당 시장에서는 민간 로비와 불투명한 심사 기준에 대한 우려도 끊이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립적 감독기관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감독기관은 법적 권한과 독립성을 기반으로, 장기적인 국가 주파수 전략을 이끌고, 기술적·산업적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기구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2. 독립성과 중립성: 정치·상업 영향으로부터의 자율 확보
주파수 정책의 근본적인 신뢰성은 감독기관의 ‘독립성’과 ‘중립성’에서 비롯된다. 유럽의 CEPT, 미국의 FCC, 일본의 MIC 등은 모두 일정 수준의 독립성과 행정 자율성을 갖춘 조직이다. 이들은 정부 조직에서 일정 부분 독립된 형태로, 전문성과 공공성을 바탕으로 각국의 주파수 정책을 총괄한다.
한국의 경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내 일부 조직이 이러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독립성 면에서 정책 기조와 상업 이해관계로부터 자유롭다고 보기 어렵다. 따라서 ‘주파수 공정위원회’나 ‘디지털 주파수 위원회’와 같은 별도의 감독기관을 설립하거나, 기존 조직의 기능과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다. 해당 기관은 대통령 또는 국회 산하에 직접 보고할 수 있도록 하고, 임기제 위원장과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 상설 위원회를 통해 정치·상업적 압력에서 벗어난 의사결정을 수행해야 한다.
3. 기술적 전문성과 독립적 분석 기능의 확보
주파수 감독기관이 단순한 행정 집행 기관을 넘어, 실질적인 기술 정책의 주체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전문성이 필수다. 이는 단순히 주파수 할당이나 혼·간섭 분석을 넘어, 최신 통신 기술과 무선 전파 특성에 대한 이해, AI 기반 스펙트럼 관리, 동적 공유(DSS: Dynamic Spectrum Sharing), 위성·항공 통신까지 폭넓은 기술 영역을 포괄해야 한다.
따라서 감독기관은 민간 기업이나 학계와 연계된 연구조직을 내부에 운영하고, 다년간의 정책 연구 및 데이터 기반 분석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단을 상시 운영하고, 기술 변화에 따른 정책 유연성 확보를 위한 기술 가이드라인과 영향평가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특히 AI 기반 주파수 관제 시스템의 발전은 인간 중심의 의사결정을 보완할 수 있으며, 감독기관이 이를 통합 운영할 수 있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도 병행되어야 한다.
4. 투명한 할당 및 운영 프로세스: 공정성과 신뢰의 확보
주파수는 국민의 공공 자산이며, 그 할당과 운영은 최대한 투명하고 공정한 기준에 의해 수행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업 간 로비, 이해충돌, 정보 비대칭 등으로 인해 주파수 할당 결과에 대한 논란이 빈번히 발생한다. 특히 고가의 주파수 경매나 한정된 대역의 경쟁 입찰은 대형 사업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며, 중소 사업자나 신규 진입자에게 불리한 구조가 고착되는 문제가 있다.
중립적 감독기관은 할당 절차를 투명하게 운영하고, 모든 의사결정 과정을 기록하고 공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AI 기반 할당 시뮬레이션, 공개 평가 점수, 이해관계자 사전 협의 프로세스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정책 결정의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사후 운영 단계에서도 주파수 사용 현황, 간섭 사례, 이용 효율 등을 정기적으로 공표하여 감시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이는 단기적 수익성보다 장기적 네트워크 품질과 공공성을 중시하는 기준을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다.
5. 국제 협력과 표준 조율: 글로벌 주파수 정책의 일원화
주파수는 국제적으로 연계된 자원이며, 특히 위성 통신, 해상·항공 네트워크, 6G 등 초고주파수 기반 기술의 발전과 함께 국제 협력의 중요성은 날로 커지고 있다. ITU, 3GPP, WRC 등 다양한 국제 기구에서 주파수 정책의 조율과 표준화가 진행되고 있으며, 개별 국가의 감독기관도 이러한 흐름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중립적 감독기관은 국제 회의 참여와 기술 교류를 주도하고, 국가 주파수 정책을 글로벌 스펙트럼 환경에 부합하도록 설계해야 한다. 특히 향후 다자간 주파수 공동 운용 체계(예: 동북아 공동 위성 대역, 우주인터넷 협정 등)의 등장에 대비하여, 사전적 협의 역량과 국제 조약 협상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이를 전담하는 국제 협력부서를 설립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기술 및 정책 영향력을 제고할 수 있으며, 글로벌 통신사 및 기술 기업과의 연계도 강화될 수 있다.
맺음말
주파수는 단순한 기술 자산이 아니라, 국가 디지털 인프라의 핵심 축이며 미래 사회 경쟁력의 근간이다. 이처럼 전략적 자산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치적 독립성과 기술적 전문성을 갖춘 중립적 감독기관이 반드시 필요하다. 권한을 강화하고, 운영의 투명성을 보장하며, 국제적 연계를 이끄는 기관만이 복잡하고 고도화된 통신 생태계에서 균형 있는 거버넌스를 실현할 수 있다. 향후 한국도 선진국형 주파수 감독 체계를 구축하여 글로벌 디지털 리더십을 확보해야 할 시점이다.
'모바일네트워크' 카테고리의 다른 글
SKT GPUaaS: AI 시대를 위한 인프라 혁신의 중심 (0) 2025.04.08 SKT 차세대 BSS: 디지털 시대를 위한 유연한 플랫폼의 진화 (0) 2025.04.08 공공 목적 주파수의 선제적 확보 및 할당 기준 개선: 미래 네트워크 안전망 구축의 핵심 (0) 2025.04.07 6G 표준화와 국제 협력: 글로벌 6G 생태계 구축을 위한 노력 (0) 2025.04.07 AI를 활용한 스마트 시티 인프라 — 미래 도시의 핵심 기술 전략 (0) 2025.0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