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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1. 위기 상황에서의 통신 연속성 확보
재난이나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통신 인프라의 신속한 복구와 연속성 확보는 생명과 직결되는 문제다. 실제로 대규모 지진, 산불, 홍수와 같은 자연재해 발생 시 기지국이 파손되거나 과부하되어 통신망이 마비되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해왔다. 공공기관 및 재난대응기관은 긴급 상황에서 현장 대응을 위해 신속한 의사소통이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통신망의 가용성과 회복력이 매우 중요하다. 민간 통신망은 커버리지와 용량 측면에서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긴급 상황 시 일반 사용자 트래픽으로 인해 자원이 소진되거나 과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공공망과 민간망의 유기적 통합은 통신 연속성을 보장하는 핵심 전략이 된다. 특히 평상시에는 민간망을 활용하다가 비상 시 자동으로 공공망으로 전환되거나, 우선순위 기반 트래픽 통제 메커니즘을 도입하여 재난 대응 기관이 먼저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프리엠션(PREEMPTION)’ 기술이 중요하다.
2. 공공망과 민간망의 상호 연동 구조 설계
공공망과 민간망의 통합을 위해서는 기술적 상호운용성 확보가 선결 과제다.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 경찰·소방·군·지자체 등 각 기관이 별도의 무선망 또는 유선망을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이 사용하는 장비, 주파수, 프로토콜이 상이하다. 민간 통신사들도 자체 네트워크 구조를 보유하고 있어 상호 연동을 위한 표준화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MCPTT(Mission Critical Push-to-Talk)'와 같은 국제표준 기반의 통합 음성 통신 솔루션이 도입되어야 하며, IMS(VoLTE 기반 음성망)와의 연동도 고려되어야 한다. 또한 공공망이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을 민간망과 공유하거나, 공동으로 활용 가능한 비면허 대역 또는 전용 백업 채널을 마련하는 것도 통합 구조 설계의 핵심이다. 시스템 관점에서 보면, 공공과 민간의 통신 관제센터 간 상호 연동 인터페이스(Southbound API, Northbound API)를 통해 실시간 장애 감지, 트래픽 우선순위 제어, 자원 공유 요청이 가능해야 하며, 이를 위한 중앙 통합 운용 플랫폼이 필요하다.
3.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반의 긴급 통신 우선권 설정
5G 이후의 이동통신 환경에서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이 공공망과 민간망 통합의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이란 하나의 물리적 네트워크 인프라 위에 다수의 논리적 네트워크를 구축하여 각각 다른 서비스 요구사항을 충족시키는 기술이다. 예를 들어, 재난 상황에서는 응급 의료, 소방, 경찰 등에 우선순위가 높은 슬라이스를 배정하고, 일반 시민의 트래픽은 제어하거나 우회시킬 수 있다. 이를 통해 공공기관은 언제 어디서나 고품질, 저지연의 안정적인 통신을 보장받을 수 있다. 슬라이스 간 자원 격리(Resource Isolation)와 슬라이스 자동 생성/해제 기능을 통해 네트워크 자원을 유연하게 할당할 수 있으며, AI 기반의 슬라이스 자원 최적화 기술도 병행 개발되고 있다. 국내 통신사들은 이미 긴급 상황 대응을 위한 ‘Public Safety Slice’ 개발을 진행 중이며, 향후에는 슬라이싱 기술을 활용한 유연한 공공-민간 연동 시나리오가 실현될 전망이다.
4. 재난 대응 시뮬레이션과 공동 대응 프로토콜 수립
기술적 연동만큼 중요한 것은 실제 위기 상황을 가정한 반복적 시뮬레이션과 그에 따른 공동 대응 프로토콜 수립이다. 현재도 일부 지자체와 소방본부는 민간 통신사와 연계하여 정기적인 재난 대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지만, 대부분이 선언적 수준에 머물고 있다. 공공망과 민간망의 통합 대응 체계가 작동하려면, 다양한 재난 유형별로 단계별 통신 트래픽 처리, 재난 알림 전파, 현장 지휘관과 중앙 컨트롤타워 간의 커맨드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각 통신사 및 장비사는 공공기관과의 협업 체계를 사전에 설정하고, 실제 재난 발생 시 자동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 전환 로직, 우선순위 설정, 보안 인증 체계 등을 프로토콜화하여야 한다. 더 나아가 각 프로토콜은 국제 기준(예: ITU, 3GPP)의 가이드라인과 정합성을 갖추어야 하며, 글로벌 재난 공동 대응 시스템과도 연동 가능해야 한다. 이는 자연재해뿐만 아니라 사이버 테러, 대규모 감염병 대응 등에도 응용 가능한 기반이 된다.
5. 공공·민간 협력 체계 및 법제도 정비
공공망과 민간망의 통합은 기술적 관점뿐 아니라 정책적, 제도적 측면에서도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 현재 민간 통신망은 사기업 자산으로, 재난 시 강제적인 통신 자원 사용에는 법적 제약이 존재한다. 따라서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는 정부가 민간 자원을 신속히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법적 근거와 절차가 마련되어야 한다. 이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등 관련 법령 개정을 포함하며, 민간통신사의 협력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세제 혜택, 비용 보전, 장비 인증 간소화 등의 정책도 함께 도입될 수 있다. 또한 장기적으로는 민간통신사의 재난 대응 의무를 일정 수준 부여하되, 이를 이행하기 위한 기술적·운영적 지원책을 병행하는 균형 있는 제도 설계가 중요하다. 나아가 범부처 통합 거버넌스 구축, 민간 기업과의 공동 투자 플랫폼 형성, 응급 대응 R&D 펀드 운영 등 다층적 협력 체계가 작동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공공과 민간이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위기 대응에 협력하는 ‘통합적 통신 생태계’가 실현될 수 있다.
맺음말
재난·위기 대응은 단순히 기술적 해결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대응역량을 종합적으로 향상시키는 일이다. 공공망과 민간망의 통합은 그 중심에 있으며, 이 둘의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정책적, 제도적, 운영적 측면에서 다각적인 준비가 필요하다. 특히 디지털 전환과 6G 시대를 앞두고, 이러한 통합 구조는 국가 안보와 국민 생명을 보호하는 핵심 인프라가 될 것이다. 지금은 공공과 민간이 긴밀하게 손잡고, 미래 재난 대응의 패러다임을 함께 설계해나가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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